Content on this page requires a newer version of Adobe Flash Player.

Get Adobe Flash player

   
 
 
 
 
HOME > 도서목록 > 도서 상세페이지
 
 
 
 
당신과 하루키와 음악
 
분 류 : 예술/과학
지은이 : 백영옥 황덕호 정일서 류태형
출간일 : 2015-07-27   총페이지 : 372 쪽
ISBN : 9788994040677 03670
가 격 : 15,000 원
 
 
도서 구입하기
교보문고 인터파크 YES24 알라딘
 
 
 
책소개  
 
“책과 음악은 나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두 개의 열쇠였다”
_무라카미 하루키



각기 다른 네 명의 저자가 펼쳐 보이는 나와 하루키와 음악 이야기

한국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대표적인 그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으로 대변되는 작가지만,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는 ‘작가’라는 칭호보다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애호가’라는 수식어가 먼저 붙는, 대표적인 음악광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실제로 그는 음악을 그저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작품 속에 대거 끌어들인다. 팝송이나 재즈 등 곡명에서 차용해 소설이나 에세이의 제목을 짓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비틀즈의 노래 제목에서 따온 《노르웨이의 숲》이 그렇고, 듀크 엘링턴의 명곡인 「It Don't Mean a Thing (If It Ain't Got That Swing)」을 살짝 비틀어 제목을 만든 에세이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 또한 그러하다. 단순히 제목을 짓는 것뿐 아니라 소설에서는 마치 영화의 OST처럼 각 작품에 다양한 음악이 소개되고, 주인공들의 기억과 더불어 흐르고 있으며, 음악을 소재로 한 에세이도 무수히 많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하루키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장소를 찾아 떠나는 여행기라든지, 음식의 레시피를 소개하는 책이라든지, 에세이 등을 통해 보여지는 그의 면모, 스타일을 분석하는 책 들이 소개된 적은 있지만 정작 하루키의 분신과도 같은 음악이 그 자신의 창작물 속에 어떻게 스며들고 반영되었는가에 대해 조명한 기획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 이 책의 탄생 배경이다.
스탠더드 재즈의 고전인 「You and the Night and the Music」에서 가지고 온 ‘당신과 하루키와 음악’이라는 도서명은 어찌 보면 하루키식 작명의 전통을 따른 것이다. 이는 또한 본 도서의 콘셉트를 분명히 드러내주는 말이기도 하다. ‘당신’은 저자 네 명일 수도 있고, 이 책을 읽는 바로 ‘당신’일 수도 있다. 나와 하루키의 이야기일 수 있고, 하루키와 음악 이야기일 수 있으며, 나와 음악 사이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총 네 명의 저자가 이 책의 집필에 참여했다. 소설가 백영옥, 재즈평론가 황덕호, KBS 라디오 PD 정일서, 음악 칼럼니스트 류태형이 바로 그들이다. 많게든 적게든 하루키의 작품을 오랫동안 읽어 왔으며, 대체로 음악을 동지 삼아 인생을 걸어온 이들의 각기 다른 하루키와 음악 이야기는 비교해 가며 읽는 재미를 제공함과 동시에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하루키 문학과 하루키가 들려주는 음악의 정수를 맛보게 할 기회를 선사한다. 누구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다시금 그의 책을 펼치거나 음반을 걸게 될 테니까.



재즈부터 팝송, 그리고 클래식까지
하루키 문학을 가로지르는 다채로운 음악의 향연

총 네 장으로 구성된 《당신과 하루키와 음악》은 재즈부터 팝송, 클래식까지 장르별로 음악을 다루기도 하고, 하루키 작품에 빗대어 저자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먼저 소설가 백영옥은 그간의 소설과 에세이에서 보여준 탄탄하고 자유분방한 필력과 그녀만의 독특한 개성을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발휘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하루키 작품은 그녀에게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이기에 가치를 부여하고 위안을 얻는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수많은 작가의 책을 뒤로하고 그녀가 하루키 작품을 늘 찾게 되는 이유다.
새로이 찾아온 사랑을 너무 늦게 깨달은 어느 날, 그의 부재를 견디다 못해 그녀는 낯선 섬에 하루키 소설 《양을 쫓는 모험》 속 ‘돌핀 호텔’을 찾아 나선다. 그때에도 습관처럼 하루키의 소설을 읽는다. 그녀는 이를 두고 “익숙한 주인공과 익숙한 환경과 익숙한 주제가 낯선 공간을 편안하게 조율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혹은 ‘천 번 이상 같은 침대에서 잠들어 서로 어느 위치에 누워야 잠이 잘 오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연인’이라는 표현은 어떤가. 그녀에게 하루키는 그런 존재다. 그녀와 하루키 이야기다.
영화 『위플래쉬』를 보면서는 영화 속 주인공이 재즈에 대해 내뱉는 대사 때문에 하루키의 소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을 떠올린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하지메가 경영하는 재즈바는 소설의 주된 공간적 배경이다. 하지메와 그가 사랑하는 여인 시마모토는 재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이들이 함께 있을 때면 듀크 엘링턴의 「더 스타 크로스드 러버스」가 테마음악처럼 흐른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은 저자에게는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좋아지는 희귀한 소설에 속한다. 그녀는 이 작품을 통해 ‘욕정’, ‘정념’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소설 속 또 다른 주제라 할 수 있는 ‘악을 행하고 싶지 않아도 악을 행하는’ 것 역시 그녀에게도 해당되는 얘기였다. 어느 날 문득 그녀는 자신이 별 이유 없이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고, 누군가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절망하는 사람이 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재즈 평론가 황덕호는 인상 깊게 읽은 하루키의 에세이 세 편(《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 《포트레이트 인 재즈》, 《잡문집》)을 바탕으로 재즈 뮤지션과 음악에 대한 보다 깊은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름하여 ‘하루키 씨, 이 재즈 음반은 어떠세요?’ 장이다. 하루키는 대부분의 글에서 해당 글과 관련된 음반을 한두 장씩 추천하는데, 저자도 마찬가지로 재즈에 관한 글을 쓰고, 방송을 하고, 강의를 하는 이력으로 자신이 식구처럼 여기는 재즈 음반들을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한 번쯤 귀 기울일 만하다.
재즈 강의를 하면서 제일 난감할 때가 입문자들이 재즈의 ‘정의’에 대해 물어올 때라며 운을 떼는 그는 하루키가 그만의 방식으로 재즈를 정의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여운’인데, 저자는 이 부분에서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에서 읽었던 ‘윈턴 마살리스: 뛰어난 뮤지션의 지루한 음악’을 함께 떠올린다. 하루키는 이 글에서 윈턴을 두고 그의 재즈는 너무도 자명하고 명백하여 ‘절박한 영혼의 욕구’ 같은 것이 없다는 얘기를 한다. 저자도 여기에 동의를 표한다. 그러나 누군가는 윈턴을 흠이 없는 뛰어난 뮤지션으로 여길 수도 있음을 인지하며 재즈를 놓고 이처럼 다양한 입장이 서로 충돌하는 분위기를 환영한다고 말한다. 그러한 혼란이 늘 위기를 맞고 있는 재즈에 그나마 에너지가 되어 왔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에서 하루키가 피아니스트 시더 월턴을 ‘최고의 피아니스트’라 칭한 것을 두고는 당혹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저자는 시더 월턴의 음반을 듣고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루키의 글을 읽은 후 월턴의 진면목을 찾아 나서는 여정은 그렇게 시작된다. 집에 있는 그의 음반을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시더!』, 『스펙트럼』, 『섬씽 포 레스터』, 『나이마』 등의 앨범을 들어 나간다. 그럴수록 뭔가가 보이고 느껴지기 시작한다. 왜 그가 그간 무명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를 들여다보게 된다. 뮤지션의 진면목을 찾아 미로를 헤매는 과정에서 다양한 음반을 통해 월턴과 다른 연주자들 사이에 일어나는 불꽃을 경험한 후에, 저자는 그에 대해 다음과 같은 판단을 내린다. “그는 까다로운 조건에서 꽃을 피우고 향기를 퍼뜨리는 난蘭과 같은 연주자”라고. 지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 되었다고. 이는 모두 “하루키 씨의 좋은 글 한 편” 덕분이라고.
20년째 라디오 PD 생활을 하고 《365일 팝 음악사》 라는 방대한 저작을 탄생시키기도 한 또 다른 저자 정일서는 하루키의 작품 속에서 팝송이 어떻게 쓰였는지 들여다보고, 시대별 음악에 대한 하루키의 생각, 그가 사랑한 뮤지션들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다. 하루키처럼 책과 음악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이 글에 등장하는 곡만 찾아 들어도 하루키 문학의 정서를 가늠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루키가 작품에 새겨넣은 음악은 다채롭기 그지없는데 특히 팝송은 그 분량에 있어서 재즈와 클래식을 압도한다. 저자는 하나라도 놓칠세라 제목이 된 노래부터 소설 속 주인공의 기억과 촘촘히 얽혀 있는 음악, 등장인물의 테마음악으로 기능하는 곡까지 치밀하게 나열한다. 한 예로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서 주인공은 오랜 세월 자신의 인생을 짓눌러 온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친구였던 아오를 찾아간다. 그는 성공한 자동차 딜러가 되어 있는데 두 사람의 대화 도중 엘비스 프레슬리의 「비바 라스베이거스」가 휴대전화의 벨소리로 흘러나온다. 이를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은 “세속적인 관점에서 볼 때 성공한 세일즈맨인 아오에게 「비바 라스베이거스」는 아주 딱 맞는 노래일 수도, 아니면 조금은 안 어울리는 노래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뮤지션의 표상이지만 이 곡은 그의 수많은 쟁쟁한 히트곡들 사이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이제는 기억마저 희미해진 노래이기 때문이라는 식이다.
한편 ‘하루키가 사랑한 뮤지션들’이라는 글에서 대표적인 팝가수 비틀즈에 대한 얘기는 어떨까. 의외로 하루키는 비틀즈에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역시나 비틀즈의 노래들이 빈도나 의미 면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노르웨이의 숲》이 있다. 가장 단적인 예로 나오코가 죽은 후 레이코가 와타나베를 찾아와 노래하는 장면을 드는데, 「노르웨이의 숲」을 비롯해 「히어 컴스 더 선」, 「페니 레인」, 「노웨어 맨」, 「헤이 주드」 등 두 사람은 마치 나오코를 보내는 진혼곡을 부르는 듯 수많은 비틀즈 노래를 목놓아 부른다고 말한다. 비틀즈의 노래들은 원래 그리 슬픈 음악이 아닌데 이 장면에서만큼은 더없이 애잔하다는 감상과 함께.
마지막 장은 클래식에 관한 장이다. ‘잡식성 리스너’라 할 하루키는 그의 작품 속에 클래식을 어떻게 녹여내고 있을까. 저자 류태형은 이를 위해 열세 권의 소설을 꼽았고, 마지막에는 중․단편에 등장하는 클래식을 짤막하게 소개한다.
하루키의 초기작 《1973년의 핀볼》에는 비발디의 『조화의 영감』이 흐른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기분 좋게 맑게 갠 11월의 어느 날 오후’다. 저자는 “스웨터 하나를 덧입는 것처럼 계절에 온기를 더해”주기 때문에『조화의 영감』은 11월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곡이라 말한다. 유명도에 있어서는 『사계』보다 떨어지지만, 들을수록 맛이 우러나는 비발디 최고의 걸작으로 평하기도 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또 다른 곡은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32번 G단조 Hob.XVI:44다. 일본에서 학생운동이 한창인 시절, 스무 살의 ‘나’가 바리케이드용으로 쌓아둔 의자들을 빠져나갈 때 이 곡이 흐른다. 멜랑콜리한 정서가 특징인 이 피아노 소나타곡은 이 장면에서 적절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연대감을 상실한 공허함, 그 여백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음악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한편 상대적으로 근작이라 할 수 있는 《IQ84》는 소설의 구성에서부터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을 떠올리게 한다. 이 소설에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가 흐른다는 건 이미 유명한 사실이다. 앨범도 덩달아 높은 판매율을 기록한 일이 화제가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교향곡은 단순히 배경음악으로 자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설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한다. 하루키는 왜 이 곡에 조명을 비추었을까.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재즈를 좋아하는 그에게 이 작품에서 쏟아지는 관악 섹션은 커티스 풀러의 트롬본처럼 독창적인 빛을 발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의 주역은 재즈와 마찬가지로 금관악기다. 이성보다는 감성에, 마음보다는 육체에 영향을 주는 음악이다. 야나체크가 이 곡을 체조 페스티벌을 위해 작곡했음을 떠올린다면, 몸에 새겨져 떠오르는 악구에서 규칙성과 운동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유니버설에서 컴필레이션 앨범 동시 발매

작가 하루키에게 가장 중요한 두 개의 열쇠인 책과 음악을 동시에!
한편 이번 《당신과 하루키와 음악》은 음반사 유니버설과의 협업으로 동명의 앨범을 동시에 발매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독자들은 단순히 텍스트만 읽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책에 소개된 수많은 곡들 중에서도 저자들이 직접 선곡에 참여한 주옥같은 음악들을 들을 수 있다. 재즈 13곡, 클래식 14곡이 총 두 장의 CD에 담겼다고 유니버설은 설명한다. 바로 위에서 언급된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서의 리스트 『순례의 해』 중 「향수」, 《노르웨이의 숲》의 주인공 와타나베를 통해 익숙한 빌 에반스의 「왈츠 포 데비」를 필두로 엘라 피츠제럴드, 듀크 엘링턴, 텔로니어스 멍크에 이르는 재즈 명연주자들의 녹음이 실려 있다고 한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책 중간중간 들어가는 감각적인 일러스트다. 인물, 배경 때로는 글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듯한 패턴 등의 일러스트는 각기 개성이 다른 네 편의 글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어떤 그림들은 곧장 하루키 소설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픈 욕망을 부추긴다. 우리 주변의 자연,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것의 특징을 절묘하게 포착해 독창적인 색감을 입혀 작업하는 일러스트레이터 곽명주는 이번 도서를 위해 새로이 그림을 그리기도 했지만 일부는 그녀가 기존에 그렸던 것을 가지고 온 경우도 있다. 글을 보고 나서 작업한 게 아닌데도 희한하게 그녀의 그림에서는 ‘하루키적인’ 매력이 느껴졌고, 네 저자의 글과 한데 어우러지면서 서로를 더욱 빛내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책 속에서

p.88~89
하루키의 문장은 여행 중 멀미를 일으키지 않는다.
문장 속에 달팽이관과 고막 사이를 조이고 여는 이상한 장치가 들어 있는 것 같다. 문장과 문장 사이는 자연스럽게 끊어지고, 그 틈을 이용해 바깥 풍경을 놓치는 일 없이 긴 여행 동안 얇은 책 한 권을 전부 다 읽을 수 있다. 그것은 최고급 안심 스테이크를 소스까지 말끔히 먹어치운 것 같은 포만감을 준다. 책을 팔에 끼고 있으면 토즈 슈즈의 광고카피 같은 편안함이 주변 공기를 고즈넉하게 데운다. 마치 옆에서 작은 커피 메이커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느낌이다.

p.114~115
당시 나는 재즈에 대해 몰랐다. 하지만 그녀가 담담히 어린 시절에 겪었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을 때, 귓가를 적시며 흐르던 빌 에반스Bill Evans의 「왈츠 포 데비Waltz For Debby」가 서정적이라는 느낌만은 기억한다. 그렇게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은 읽는 내내, 어린 시절 자주 들르던 동네 근처의 ‘바’를 연상시켰다. 커다란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는 풍경 말이다. 그곳에서 나는 내 마지막 연인을 만났다.

p.148~149
1963년 1월 쌀쌀했던 어느 날, 효고현 고베에 사는 중학교 3학년 무라카미 하루키는 표를 끊고 어두운 음악당 안으로 들어갔다. 현수막에 쓰여 있는 이름, ‘아트 블레이키 앤드 더 재즈 메신저스’. (……) 이미 재즈 메신저스는 2년 전에 일본을 방문해 공연은 물론이고 TV에까지 출연한 터라, 일본의 재즈팬들은 그들을 다시 본다는 생각에 설레고 있었다. ‘재즈…… 과연 무슨 음악일까. 나도 한번 들어봐야겠어. 그 안에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아. 시시하고 뻔한 게 아닌, 내가 모르는 정말 멋진 신세계.’ 소년은 이렇게 속으로 뇌까리며 알지도 못하는 미지의 음악을 찾아서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p.166
이 음반은 시더 월턴의 유작이다. 그는 2013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진가를 안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로서는 그의 부음 소식이 매우 허망했다. 하지만 그나마 하루키 씨의 좋은 글 한 편으로 나는 한 연주자의 진면목을 찾아 미모를 헤맸고, 그 과정 덕분에 시더 월턴을, 그의 까다로움을 하나의 비경祕境처럼 발견하게 되었다. 현재 시더 월턴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p.223
하루키에게 1960년대가 가버렸다는 것은 높았던 꿈과 이상이 좌절되고 좋았던 시절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댄스 댄스 댄스》에서의 ‘나’는 “여자아이는 꿈처럼 아름다웠으며, 로큰롤은 영원히 로큰롤이었다”고 1960년대를 회상하고, 《노르웨이의 숲》에서 나오코가 죽은 후 와타나베와 레이코가 함께 부르는 비틀즈의 노래들은 나오코를 위한 진혼곡이자 1960년대를 보내는 애절한 작별인사다.

p.256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는 ‘나’와 친구의 대화 중에 친구가 마지막에는 사막만이 남는다고, 정말로 살아 있는 것은 사막뿐이라고 말하자 ‘내’가 마음속으로 거기에 동의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부분 역시 짐 모리슨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 중의 하나다. 짐 모리슨은 어려서 가족과 함께 사막을 여행하다 인디언의 죽음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그의 삶과 음악 속에 지속적으로 반영되는데, 그래서 그의 노래에서는 언제나 황량한 사막의 냄새가 난다. 도어즈의 앨범 『웨이팅 포 더 선Waiting For The Sun』의 재킷 안쪽에는 짐 모리슨이 직접 쓴 「도마뱀 왕의 축사The Celebration Of The Lizard King」라는 시가 있는데, 이 시에서 그는 ‘I am the Lizard King’이라고 선언한다. 이처럼 스스로 도마뱀의 왕을 자처했던 짐 모리슨은 삶과 죽음에 관한 끝없는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언제나 사막으로 향했다. 그래서 사막은 항상 짐 모리슨을 떠올리게 한다.

p.289
연대감을 상실한 공허함, 그 여백은 음악이 침투해 채우기에 좋은 공간이 된다. 음악은 답답한 공간보다는 성당같이 높은 지붕이 있는 공간에서 근사하게 울려 퍼진다. 그러므로 공허함을 탓하지는 말 일이다. 하루키의 작품들은, 상실감과 공허함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안의 음악이 울리기 좋아진다. 하루키의 작품들은 어쿠스틱이 빼어난 음악홀이다.

p.295
하루키는 문학에서 음악의 효용을 말하며 독자들이 읽어나가는 글의 리듬을 중시한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드랜드》란 작품은 거대한 대위법과 같다. 침묵과 적요, 햇빛이 비치지 않는 흑백의 ‘세계의 끝’은 온갖 모험이 컬러풀하게 펼쳐지는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바소 콘티누오 위의 합주와도 같다.

 
목차  
 
편집자 노트_정상준 5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하루키를 만나는 여섯 가지 방법에 대하여 —백영옥
13 무라카미 하루키 29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46 하루키를 좋아하는 남자가 하루키를 싫어하는 여자를 만났을 때 65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86 토니 다키타니 103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하루키 씨, 이 재즈 음반은 어떠세요? —황덕호
123 하루키 씨를 쫓아서Chasin’ Mr. Haruki: 글을 시작하면서 130 재즈의 정의 139 빌리 더 원더걸 148 소년, 재즈를 만나다 156 까다로운 피아니스트 167 대체할 수 없는 177 공작새 186
팝송의 숲에서 하루키를 만나다 —정일서
195 하루키의 팝송 사용법 198 ‐제목이 된 노래들 202 ‐음악은 기억한다 206 ‐풍성한 배경음악 209 ‐평범한 일상과 뻔한 팝송, 때로는 극적인 대비 215 ‐테마음악 219 가버린 1960년대에 바침 227 1969년 232 1970년대 이후의 음악에 대한 하루키의 생각 237 우디 거스리와 밥 딜런, 그리고 포크 음악 하루키가 사랑한 뮤지션들 242 ‐비틀즈 249 ‐브라이언 윌슨과 비치 보이스 253 ‐도어즈와 짐 모리슨 257 ‐브루스 스프링스틴 262 J-POP과 이노우에 요스이, 그리고…… 268 세상을 보는 하루키의 눈과 못다 한 음악 이야기 274 아주 사적인 에필로그, 음악을 듣는 법

하루키라는 세계의 태엽을 감는 클래식—류태형
281 모든 데뷔작은 걸작이다_《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286 상실과 공허라는 음악홀의 어쿠스틱_《1973년의 핀볼》 290 현대적 공간의 클래식_《양을 쫓는 모험》 295 정과 동의 거대한 대위법_《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300 브람스, 모차르트, 라벨, 드뷔시_《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 306 모차르트와 슈베르트_《댄스 댄스 댄스》 311 영원한 그리움의 원천으로서의 음악_《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320 세계의 태엽을 감는 음악_《태엽 감는 새》 326 모차르트 「제비꽃」의 상처와 숙명_《스푸트니크의 연인》 332 슈베르트 소나타의 불완전함, 「대공」 트리오의 아늑함_《해변의 카프카》 343 영국 모음곡의 저편_《어둠의 저편》 348 육체가 기억하는 『신포니에타』_《1Q84》 356 리스트의 여정과 서정_《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364 클래식 음악은 끊임없이 흐른다_《중편 및 단편 소설들》

참고 도서 370

 
편집자글  
 
 
저자소개  
 
백영옥 황덕호 정일서 류태형

백영옥
1매짜리 광고카피를 쓰던 광고쟁이, 8매짜리 북 리뷰를 밀어내던 서점직원, 30매짜리 인터뷰 기사를 쓰던 패션지 기자에서 지금은 2천 매짜리 소설을 쓰는 작가로 변신, 소설을 쓰는 일이 고독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명랑한 노동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예술가라기보다 직업인에 가까운, 오전 9시에서 오후 7시까지의 사람. 때때로 야근을 하며, 자주 길을 잃고, 지하철 출구를 대부분 찾지 못하며, 버스를 잘못 타고 종점까지 갔다 오는 일이 반복될수록 좋은 소설이 나온다고 믿는 대책 없는 낭만주의자.
소설 《스타일》로 제4회 세계문학상을 받았다. 이후 《아주 보통의 연애》, 《다이어트의 여왕》,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을 썼으며 칼럼집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와 에세이집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인터뷰집 《다른 남자》를 썼다.

황덕호
재즈에 관한 글을 쓰며 살고 있다. 1992년부터 1995년까지 음반사의 마케팅 담당자로 일하면서 여러 잡지에 재즈에 관련된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99년부터 현재까지 KBS 클래식 FM(93.1MHz)에서 『재즈수첩』을 진행하고 있으며, 2004년부터 지금껏 재즈음반 전문매장 ‘애프터아워즈’(www.afterhours.co.kr)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그 남자의 재즈 일기》, 《당신의 첫 번째 재즈 음반 12장: 악기와 편성》, 《당신의 두 번째 재즈 음반 12장: 보컬》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재즈,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음악》, 《재즈: 기원에서부터 오늘날까지》, 《빌 에반스: 재즈의 초상》이 있다.

정일서
1970년 순천에서 태어나 중학교 시절 가족과 함께 서울로 이사했다. 휘문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성공회대 문화대학원에서 공부했으며 1995년부터 지금까지 20년째 KBS에서 라디오 PD로 일하고 있다.
그동안 연출한 프로그램으로는 『황정민의 FM대행진』, 『남궁연의 뮤직스테이션』, 『이금희의 가요산책』, 『김광한의 골든팝스』, 『전영혁의 음악세계』, 『이상은의 사랑해요 FM』, 『신화 이민우의 자유선언』, 『레코드마니아』, 『팝스갤러리』,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이소라의 메모리즈』 등이 있으며 현재는 KBS 2FM(COOL FM)에서 『유지원의 옥탑방 라디오』를 연출하고 있다.
저서로는 《365일 팝 음악사》, 《더 기타리스트》, 《팝 음악사의 라이벌들》이 있고 공저로 《KBS FM 월드뮤직: 음악으로 떠나는 세계여행》이 있다.

류태형
음악 칼럼니스트.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월간 《객석》 기자 및 편집장을 역임했고 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을 거쳤으며 현재 동 재단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KBS클래식 FM 『출발 FM과 함께』 중 ‘류태형의 출발퀴즈’ 코너에 고정출연했으며 『FM 음반가이드』 프로그램의 초대 진행자였고, KBS 1TV 『클래식 오디세이』 음악 코디네이터로 일했다. 2014년 11월 위트레흐트에서 열린 프란츠 리스트 국제 콩쿠르에 언론 심사위원Press Jury으로 초청되기도 했다.
현재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KBS 한민족방송 『통일열차』, KBS 1라디오 『손미나의 여행노트』 등에 출연 중이다. 『세계음악 디스커버리』, 『무라카미 하루키를 듣다』 등 각종 공연과 클래식 음악 감상회에서 해설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 《한국인의 열정으로 세계를 지휘하라》와 공저 《클래식 튠》이 있다.

 
언론자료  
 
 
한줄서평  
 
 
 
 
 
 
관련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