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문화평론가이자 시인, 방송인으로 유명한 김갑수가 이번에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애호를 뽐냈다.
그가 5년 만에 펴낸 신작 '어떻게 미치지 않을 수 있겠니?'는 고교 시절부터 최근까지 그의 삶을 채워온 다양한 클래식 음악과 작곡가, 연주자의 이야기를 소개한 책이다.
그는 추억의 음악으로 고교 시절 즐겨 찾은 무교동의 음악감상실 '르네쌍스'에서 마주한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를 떠올리고, 지독하게 아프다가 진통제가 효과를 발휘할 무렵 들을만한 음악으로 올리비에 메시앙의 '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곡'를 꼽는다.
'우리 모두를 위한 진혼곡'이라는 제목의 장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를 떠올리며 모차르트부터 스트라빈스키에 이르는 여러 거장의 레퀴엠을 떠올린다.
시끄러운 장터에서 음악적 질서를 찾아낸 말러나 독설로 유명한 지휘자 첼리비다케의 일화, 앙드레 프레빈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호흡을 다룬 부분도 인상적이다.
책은 클래식 음악이 주제이지만 저자가 그 음악을 통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결국 세상과 인간이다. 그런 관점에서 제목도 얼마간 중의적으로 읽힌다. '미치지 않을 수 없는' 세상을 잠시나마 탈출할 수 있게 해주는 '미칠 만한' 존재가 그에게는 바로 클래식 음악이 아닐까.
"나라 만들고 60년 만에 계층 이동 가능성을 콱 묶어 놓은 팍팍하고 허황된 자유 민주주의…'치욕'이 지배하는 사회…그러니까 음악이다. 음악은 '지금 이곳'을 떠나가고 싶은 사람의 거주지다. 거기에는…국가도 정부도 없다. 그런 어떤 주거지가 음악 안에 있다고 믿는다."(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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