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만을 듣는 새벽에’(2001)를 통해 그를 처음 만났다. 바흐 이전에 살았던 작곡가 텔레만은 낯선 인물이라 책 제목으로 내세운 점이 특이했던 기억이 난다. 책을 읽으면서 클래식에 대한, 글쓰기에 대한 그의 내공이 만만찮음이 느껴졌다.
책을 읽는 이들에게 나만의 ‘작업실’에 대한 로망을 갖게 했던 ‘지구 위의 작업실’(2009)에서는 클래식 음악, 오디오, 커피를 넘나들며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시인, 문화평론가 김갑수씨가 5년만에 신작 ‘어떻게 미치지 않을 수 있겠니?’를 펴냈다. 광분했던 청년기의 20세기적 감흥을, 돌아버릴 것같은 21세기 오늘의 현실을 아우르는 제목이다.
그는 서울 마포의 어느 고깃집 지하에 위치한 작업실 ‘줄라이 홀’에서 3만장의 음반과 오디오 기기들을 갖춰놓고 ‘백수’처럼 살아간다.
책은 ‘추억의 음악, 일상의 음악’, ‘레알 작곡가 뒷담화’, ‘죽이는 연주자들’ 세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삶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며 프랑크의 ‘바이올린소나타 A장조’, 비외탕의 ‘바이올린협주곡’, 베토벤의 소나타, 필립 글래스의 ‘흐느적거리는 나날’ 등을 소개한다. 베토벤, 브람스, 바흐, 에릭사티 등 작곡가들을 둘러싼 비화와 그들의 음악을 풀어내는 것도 재미있다.
본인이 책에서 밝혔듯 그는 종편 예능 단골 출연자가 되다 보니 꽤 다른 취급을 받는 모양이다. 어떤 기자는 면전에 대고 ‘선생님이 망가지기 전에는…’ 운운하며 망가진 사람 취급을 하는데 슬퍼하진 않겠다고 한다. 그는 “우리는 시장에서 살면서 동시에 개인의 동굴도 있다”고 말한다. 시장 좌판에 나와 앉아 있는 자기 생이 서글픈 이가 있다면 리스트의 ‘순례의 해’ 중 ‘르 말 뒤 페이’를 들어보라고 권한다.
그는 마리아 칼라스의 목소리를 ‘복종하기 위해 그녀가 여왕으로 군림하는 성안으로 찾아 들어가는 하급 병사의 심정을 불러 일으킨다’ 고 표현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소프라노 조앤 서덜랜드, 첼리스트 요요마 등을 바라보는 시선도 흥미롭다.
글을 풀어내는 방식이 어쩌면 가볍게도 느껴지지만 글 속에 담긴 인문학적 베이스는 탄탄하다. 특히 그가 책에서 언급한 클래식 음반들은 한번쯤 들어보고 싶어진다.
어떤 음악을 듣는가는 취향의 문제지만, 오랫동안 차를 운전하는 여행에는 바로크 음악이 안성맞춤이라는 그의 견해에 한번 따라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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