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예술의 역사를 만화로 다시 살펴보는 재미는 남다르다. 예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명장면이나 위대한 예술가의 개성 넘치는 모습을 재해석한 결과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방대한 역사를 압축해서 그림과 함께 흥미롭게 훑어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런 점에서 재즈 평론가 출신으로 이제는 대중문화 관련 만화가로 자리매김한 남무성 작가의 활약은 주목할만하다.
남 작가는 재즈 입문서 'Jazz It Up(재즈 잇 업)! 만화로 보는 재즈의 역사' 시리즈 3권을 차례로 출간해 해외까지 수출한 데 이어 'Paint It Rock(페인트 잇 록) 만화로 보는 록의 역사'로 록의 역사를 재미있게 훑었다.
영역을 넓혀가던 그가 이번에는 영화에 도전했다. 영화 칼럼니스트 황희연 씨와 함께 완성한 '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다.
남 작가가 그림과 각색을 맡은 이 책은 급변한 영화의 역사를 300페이지가 안 되는 적은 분량으로 간결하게 풀어냈다.
분량이 한정된 만큼 밋밋하게 시간순으로 역사를 다룬 게 아니라 일대일 라이벌 대립 구도로 이야기를 전한다.
최초의 영화 상영회를 열었던 뤼미에르 형제가 판타지 양식으로 유명한 조르주 멜리에스와 힘겨루기를 하며 영화사의 막을 올린다.
영화 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펼친 미국과 유럽, 코미디의 진정한 지존을 가리기 위해 다툼을 벌인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의 에피소드가 차례로 이어진다.
알프레드 히치콕과 오손 웰스는 '거장의 이름으로'라는 이름으로 라이벌 대결을 펼치고, 'SF의 시대'에는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승부를 가린다.
남 작가의 장기인 유머가 곳곳에 삽입돼 웃음을 이끌어낸다. 'PD 수첩' 진행자가 갑자기 등장해 영화의 탄생을 설명하거나 '고~뤠~' 같은 유행어도 등장한다.
명화의 포스터나 영화 명장면 등이 남 작가의 손길을 거쳐 인상적으로 재탄생했다. 글을 쓴 황 씨는 영화사의 맥락을 짚으며 알차게 정보를 담아내 일반 영화 교양서로도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남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도 만화를 싫어하는 사람도 없듯, 이 두 가지 요소를 그런대로 갖춘 이 책의 등장이 사람들에게 제법 적지 않은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 예측해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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