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다재다능하다. 재즈 평론가로 잘 알려진 남무성씨(45)가 ‘다큐 툰’(다큐멘터리 만화) <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를 펴냈다. 영화 칼럼니스트 황희연씨가 글을 쓰고, 남무성씨가 이를 각색해 그림을 그렸다.
대학 전공은 디자인이었다. LP음반 모으는 게 취미였던 대학 시절, 서울 방배동과 이태원에 있는 재즈 클럽에서 DJ를 오래 했다. 이때 여러 뮤지션과 인연을 맺었다. 글쓰기와 음악을 좋아해 대학을 졸업하고 스물아홉 살 때 재즈 전문지 를 창간했다. 한국 최초의 재즈 전문지였다. 그 잡지와 또 다른 재즈 전문지 <월간 두밥>에서 편집장을 지냈다. 재즈에 관한 글을 쓰는 틈틈이 가수 서영은·이은하, 색소포니스트 이정식 등의 음반을 프로듀싱하기도 했다. 2006년에는 서울국제재즈페스티벌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리얼리티 최대한 살린 ‘다큐 툰’
또한 남씨는 어린 시절부터 영화광이었다. 1980년대만 해도 동네 구멍가게 앞에 영화 포스터를 붙이는 조건으로 가게 주인에게 극장 초대권을 주었다. 그 초대권을 싸게 사거나 얻어 서울 중화동에 있는 동네 극장에서 영화를 보곤 했다. ‘시네마 키드’였던 셈이다. 영화에 대한 관심이 깊었던 그는 2011년 한국의 재즈 1세대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브라보 재즈 라이프>를 연출했다. 감독·각본·음악 1인3역을 했다. 이 영화로 같은 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영화음악상을 받았다.
음악과 영화 그리고 만화. 그는 전방위로 활동한다.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건 대략 2003년부터. 재즈의 역사를 알기 쉽게 만화로 그렸고, 1·2·3을 펴냈다. 남씨는 “재즈가 어렵다고 해서 누군가 만화로 그리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직접 그리게 되었다. 처음엔 엉망이었는데, 한 10년 하니까 이제 만화가 같다는 소리를 듣는다(웃음)”라고 말했다.
이번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3년 전쯤, 영화지 <스크린>의 편집장 출신인 영화 칼럼니스트 황희연씨가 다른 일간지 기자와 함께 남씨가 운영하는 재즈 클럽을 찾았다. 황씨는 그가 그린 재즈 만화책의 애독자였고, 얘기가 쉽게 통했다. 둘 다 ‘영화광’에 ‘재즈광’이었다. 황씨는 영화사를 다룬 책들이 너무 두껍고 어려우니, 이를 쉽게 푼 만화책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황씨가 글을 쓰고, 남씨가 그림을 그리기로 역할을 분담했다. ‘장뤼크 고다르 대 스탠리 큐브릭’ ‘조지 루카스 대 스티븐 스필버그’ 식으로 1대1 라이벌 구도를 살려 영화사를 정리했다. 남무성씨가 이를 그림으로 그리는 데 3년 가까이 걸렸다. 영화를 연출하고, 공연을 기획하고, 포털 사이트에 재즈와 록에 대한 만화를 연재하는 틈틈이 그림을 그렸다.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리는 ‘다큐 툰’을 지향했기 때문에 자료 조사를 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다른 이가 그린 어떤 만화에서는 등장인물 컷이나 작품에 대한 그림이 실제와 너무 달라 아쉬움이 많았다. 작품 포스터, 인물, 영화 장면을 일일이 검색해 참고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예를 들어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세계 최초의 영화’ 장면을 그리려고 하면 유튜브를 먼저 뒤졌다. 그 영상을 보고 ‘기차가 질주하는 장면’을 그리는 방식이었다.
남무성씨는 경기도 양평 산속에 작업실을 두고 있다. 운영하던 재즈 클럽은 지인들에게 맡겼다. 일주일에 두 번 라디오 방송 출연을 위해 외출하는 것을 빼고는 작업실에서 글을 쓰고, 포털에 연재하는 ‘록과 뮤지션에 관한 만화’를 그린다.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장르와 각국의 영화 역사에 관해 좀 더 세밀한 지도를 그려보고 싶다’는 게 황씨의 바람이고, 남무성 작가 또한 ‘이번 책은 못다 한 얘기가 많아 아쉽다’ 하니 또 다른 공동작품을 기대할 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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