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지킴이 이원규 시인의 시냇물과 같은 유려한 산천 이야기
질박하면서도 흙내음 물씬
지리산 지킴이 이원규 시인의 시냇물과 같은 유려한 산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름하여 ‘멀리 나는 새는 집이 따로 없다’. 무슨 영화 제목 같기도 한 이 책은 지리산과 주변 마을, 전국의 산천을 주유하면서 느낀 산문집이다.
14년 전 서울에서의 기자 생활을 접고 돌연 지리산행을 택한 그는 철저히 혼자 되기 위해 지리산 자락에 스며들었다고 했다. 질박하면서도 흙내음 물씬 나는 이원규 시인의 문체를 통해, 번다한 일상을 잠시 접고 자연의 삶 속으로 여행하기에 딱 들어맞는 산문집이다. 시인의 글 가운데 한 단락이다.
벌교장터에는 아직도 한 그릇에 단돈 이천 원짜리 국밥집이 있다. “할매요 이천 원 받고 대체 뭐가 남능교. 그래도 장산데” 하고 물으니 허허 웃으며 말했다. “첨엔 팔백 원 했지. 근디 한 번도 내가 올린 적이 없당께. 어떤 장똘뱅이가 ‘아따, 아짐! 천 원 받으씨요잉’ 해서 받고, 또 쫌 지나자 ‘형수, 천오백 원은 해야 안 쓰겄소?’ 해서 또 그랬는디, 잔돈 귀찮고 뭐하다구 해서 이천 원까지 올랐당께.” 할머니는 마치 크게 남는 것은 없지만 이마저 비싸서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장날 하루에 200그릇 이상 팔고 국수, 막걸리, 소주도 곁들여 팔며(모두가 이천 원이다) 자식들 다 키웠으니 재미나단다.
현재 이원규는 지리산에서 ‘지리산학교’를 만들어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세상과 떨어져 고독하게 살고 있는 시인이 길 위에서 깨우친 것은 결국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사람이 살기 위해 먼저 자연이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함께하지 않으면 생명의 땅이 언젠가 죽음의 땅이 될 것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세상살이와 풍경에 대한 감상을 적은 산문집은 많다. 그중에서도 ‘칼의 노래’로 알려진 소설가 김훈의 ‘자전거여행’과 이원규 시인의 ‘멀리 나는 새는 집이 따로 없다’는 서로 견줄 만하다. 자연을 노래한 두 문인의 산문은 감칠맛나는 글솜씨가 돋보인다.
책 속에서 이원규 시인이 안내하는 곳곳을 열심히 쫓아다니다 보면 꽃구경, 사람 구경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시인은 독자들이 잠시나마 여유를 즐기길 바라면서 책을 썼을 것이다.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푸근한 세상을 선물한다.
“사연 하나 없는 사람 없고 상처 하나 가지지 않은 사람이 없다. 하지만 서로를 위로하고 힘이 되어 주기 때문에 세상은 둥근 모양을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수고스럽더라도 세상이 모나지 않도록 쉬지 않고 뾰족한 모서리를 깎아냅니다.”
명승 41호로 지정된 순천만. 만의 한가운데 여자도(汝自島)라는 섬이 있어 여자만이라고도 부른다.
옻칠공예가 성광명 씨의 이야기도 절절하다. 그는 어린 나이에 많은 부를 얻었지만 한순간에 다 날려버렸다. 그 막막함과 절망감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죽으러 들어왔던 지리산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어느새 마음속으로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뇌출혈을 딛고 일어나 74세에 화가의 길로 접어든 백발의 화가 한숙자 할머니는 인생의 무상함을 절감하는 노인들에게 희망의 아이콘이 되어 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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