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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세계일보 2010.1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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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떠나 지리산 자락으로 스며든 사람들의 이야기
소설가 공지영(47·사진)이 행복한 수다를 맘껏 떨었다. 소설이라는 형식으로부터도 자유롭고 무게를 잡는 칼럼도 아닌 말 그대로 행복한 사람 이야기요, 더불어 술 마신 이야기이며, 무엇보다도 그가 좋아하는 이들에 대한 수다여서 읽는 이들도 행복할 수 있겠다. 도시를 떠나 지리산 자락으로 스며든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를 묶어낸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오픈하우스)라는 신간이 그것인데, 이 행복학교의 두 축은 ‘버들치 시인’과 ‘낙장불입 시인’이다.
‘버들치 시인’은 박남준 시인을 이르는 공지영의 별칭으로, 전주 모악산 무당집에 시인이 살 때 집 앞에 흐르는 개울에서 버들치를 기르다가 몰지각한 사람들이 잡아먹는 바람에 크게 상심했고, 섬진강변 악양으로 이사한 후에는 뒤안에 연못을 파고 버들치를 기르는 시인이어서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 ‘낙장불입 시인’은 이원규 시인의 별칭이다. 서울에서 메이저 신문 시사월간지 기자로 살다가 어떤 ‘상처’를 못 이겨 하루아침에 모든 걸 접고 지리산으로 사라졌던 시인. 그가 공지영에게 가끔 편지를 썼단다, 이렇게.
“밤새 단풍나무 벗 삼아 게임 고스톱을 치다 보면 낙엽들이 ‘낙장불입, 낙장불입’하고 떨어지네…. 때 이른 단풍 하나 주우려다 보니 인생이 낙장불입인 거 같아…. 생각해보면 길을 잃었다고 뭐가 그리 대수일까, 잃어버렸다고 헤매는 그 길도 길인 것을.”(33쪽)
아무튼 이번 책에는 이 두 시인 이야기를 번갈아 등장시키면서 지리산으로 빈 몸과 마음으로 행복을 찾아 스며든 ‘40년 산사람 함태식 옹’, 최도사 ‘내비도’, ‘귀농일기를 쓰는 기타리스트’, ‘스발녀의 정모’ 같은 흥미로운 사연들이 종횡무진 진설됐다. 잠시 ‘스발녀’의 어감에 당혹해할 분들을 위해 설명을 드리자면 ‘스스로 발등을 찍은 녀들의 모임’에서 ‘스발녀’가 나왔고, ‘자기 발등을 자기가 찍은 녀들의 모임’에서는 ‘자발녀’가 탄생했다. 지리산에 사는 남자들과 눈이 맞아 내려와 살게 된 여인들이 조직한 모임이라는데 회원들이 다 사라지는 바람에 부회장만 남았다.
지리산 자락에 스며든 이들이 자신의 행복만 챙긴 건 아니었다. 사진기자 생활 16년 만에 회한에 젖어든 이창수씨. 그는 그 길로 지리산에 왔는데 다시 10년이 지난 후에는 “너무 나만을 위해 산 것 같아” 지리산학교를 제안했고 버들치와 낙장불입의 동의로 그 학교가 태동했다. 돌아보니 주변에 수많은 예술가 선생들이 있었다. 목공예반, 천연염색반, 도자기반, 사진반, 기타연주반, 퀼트반, 그림반, 숲길걷기반, 시문학반 등 9개 과목을 꾸릴 수 있었다. 이창수씨는 자신의 작업실로 쓰던 한옥까지 교무처로 내놓았다.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공지영의 입담은 현란하다. 그의 입을 거치면 사소한 이야기도 대단히 흥미롭게 각색되고 축제처럼 달아오른다. 책 말미에 수많은 지리산 사람 사진들을 조각보처럼 늘어놓은 편집은 행복한 이들의 불꽃놀이 같다. 공지영은 “도시의 삶이 역겨워질 때, 든든한 어깨로 선 지리산과 버선코처럼 고운 섬진강 물줄기를 떠올렸으면 싶고 거기서 정직하게 살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가 혹여 잠시의 미소와 휴식이 되었으면 한다”고 머리에 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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