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함을 지나 눅눅한 밤이 이어지는 요즘, 청량하고 유쾌한 이야기를 접하고 싶었다. 그래서 잡은 책이 '보일락 말락'이다. MBC 표준 FM '이동진의 꿈꾸는 다락방' '윤하의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자칭 '까를로스 피디'로 청취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이창호 피디의 첫 번째 에세이집이다.
세계일보 기자를 그만두고 8년 전 MBC 라디오국에 PD로 입사한 저자는 피디 생활을 하며 겪은 라디오 방송의 실체와 선곡의 비화, 나이를 먹어 가면서 드는 세상살이에 대한 소회를 노래, 음반과 함께 풀어냈다. 유명 가수의 음반과 노래에 담긴 그의 소소한 생활 이야기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취중진담-전람회' 편에선 소개팅하던 여자와 술을 마시다 취해 펑펑 운 기억을 끄집어내며 그저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던 이 노래의 가사가 뇌의 억제성 신경계가 마비되어 튀어나온 '술 먹고 하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해석을 한다. 박학기의 노래 '향기로운 추억' 편에선 중학교 시절, 위생검사를 한다며 책상 위로 올라가 엉덩이를 내밀라던 엽기적인 선생의 이야기부터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결론까지 이어진다.
유쾌한 이야기와 더불어 일상의 부조리에 던지는 저자의 '돌직구성' 발언은 통쾌함이 있다. 수줍고 은밀하게 털어놓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라디오의 낭만과 수다가 새삼 사랑스럽다. |
|
